1~2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경색 해소 이후에도 중소형 조선사들의 어려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은 중소 조선사를 중심으로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오는 2016년까지는 어려움이 계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소 조선사들은 설립 당시부터 건조실적 검증 미흡, 조업인력 및 원재료 확보 여부 등이 위험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중소 조선사들은 2008년 하반기 이후 신규 수주 급감과 금융기관 RG(선수금지급보증) 미확보 등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구조조정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위태로운 중소 조선사, 국내 8위 조선사 SLS조선 워크아웃신청
지난 12월 말 국내 8위 조선사인 SLS조선이 수주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조선업계에 또다시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SLS조선은 지난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SLS조선 신용등급을 재평가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신용등급 결과 C 이상이면 곧바로 워크아웃을 개시할 수 있지만 D등급이면 법정관리나 퇴출 절차를 밟아야 한다.
SLS조선은 지난 1946년 최기호조선소로 출발 1978년 대우그룹에 편입됐다가 1991년 사원주주회사로 전환한 뒤 2006년 현재 SLS조선으로 사명을 바꿨다.
그동안 중소형 유조선 건조 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왔으며 수주잔량만 약 40억달러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1000대 기업 중 순이익 증가율 1위를 기록했으며 최근 무역의 날엔 ‘6억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올 들어 수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선박 건조에 필요한 선수금 수입이 중단, 심각한 자금난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SLS조선의 금융권 총 여신은 현재 2조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경영진들이 비자금 조성 및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대외 신인도가 급락 영업활동이 더욱더 어려워졌다.
>> 수주 증가에도 금융권 RG 발급중단으로 위기 겪고 있는 중소 조선소
RG(선수금지급보증)란 조선소가 금융기관에 의뢰해 선박발주자인 선주에게 발행해 주는 지급보증을 말한다.
RG가 발급되면 선주는 조선소에 선박건조를 위한 선수금을 지급하며, 이후 선박건조계약 불이행 등이 발생할 경우 RG발급 금융기관은 선수금을 조선소 대신 물어줄 의무를 지게 된다. 금융권이 중소 조선소에 대한 RG(선수금지급보증·Refund Guarantee) 발급을 사실상 중단, 조선소들이 선박을 수주하고도 건조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권이 중소 조선소에 대한 RG(선수금지급보증·Refund Guarantee) 발급을 사실상 중단, 조선소들이 선박을 수주하고도 건조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해운·조선업계에 따르면 중형 조선소인 세코중공업(대표 허민)은 최근 독일 선주사와 3만4천t급 벌크선 4척에 대한 선박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금액으로는 1억달러어치로, 극심한 해운·조선불황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주성과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이 이에 대한 RG발급을 기피하면서 세코중공업의 수주는 자칫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세코중공업 외에 중형 조선소인 A사도 신조선을 수주했다고 밝혔지만 마찬가지로 RG발급을 받지못해 수주계약이 발효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메이저급 선사들에 대해서만 RG를 발급하고 있으며, 중소 및 신흥조선소들은 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의 RG조차 발급받기 힘든 실정이다.
중소 조선업계는 이에 대해 “중소 조선소들이 살아날 길을 아예 막아버린 조치”라며 대책마련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금융권은 RG발급 거부에 대해 중소 조선소들의 신뢰성을 문제삼고 있다. 자금능력이 안되면서도 무리한 수주로 금융권에 피해만 주고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의 최근 RG발급에 대한 입장은 부정적 일색”이라며 “기업개선작업 개시를 결정하지 말든지, 개시를 결정한 뒤 금융지원은커녕 RG발급 마저 거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선업이 위기인 것은 맞지만 이런 때일수록 건전한 중소 조선소를 지원, 대형 조선소와 함께 국내 조선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RG 불똥, 일반손보 울상 마찬가지
그런가하면 일반손해보험의 상반기 영업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8년에 이어 2009년까지 조선업종 관련 선수금 환급보증(RG) 손실 여파가 미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반손해보험의 2009회계연도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2조288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8% 증가했다. 일반손보는 장기손해보험과 자동차보험을 제외한 화재, 해상, 기술, 책임, 상해, 종합보험 등 전통적인 손해보험 상품을 통칭한다.
수입보험료 증가에도 불구, 보험영업이익은 5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12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조선사의 추가 부실로 RG보험 손실이 증가한 게 주원인으로 꼽혔다. 실제 해상보험의 경우 수입보험료는 3.6%로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을 439억원에 달했다.
RG 보험은 선주로부터 계약금액 일부를 선수금으로 받은 조선사가 선박을 만들지 못해 문제가 생겼을 때 은행에서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보험사가 지급 보증을 선다.
상해보험 역시 수입보험료(4422억원)는 10% 이상 늘어났음에도 영업손실이 527억원을 기록했다. 해상보험과 상해보험의 손실 합계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 중소 조선사 워크아웃에 대형사들도 ‘불안불안’
업계 관계자들은 조선업계에 또다시 수주난에 따른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 닥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이미 대한조선, TKS, 세코중공업 등도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며,진세조선, 녹봉조선, YS중공업 등은 채권단으로부터 워크아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C&중공업 사실상 퇴출 단계다.
특히, 전 세계적인 수주 가뭄에 대형사들조차 자유롭지 못한 상황. 이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대형사들은 대규모 차입에 나선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들은 “현 조정국면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는 수급조정의 속도와 폭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 지에 달려있겠지만, 현 상황에서 본격적인 발주 회복의 시기는 추가적인 조정을 겪은 2010년 하반기 이후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따라서 내년 하반기까지는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 최근 전남 영광에 위치한 TKS조선소는 말레이지아 기업인 NGV조선소가 전략적 상호 협력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