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세로 돌아선 가운데 조선기자재 산업만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힘겨운' 세월을 보내고 있다.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수주가 이어지고 있지만, 지역의 조선기자재업계로서는 내년 이후에나 그 수혜를 볼 전망이어서 그때까지 견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22일 부산경제진흥원이 발표한 월간 부산경제동향을 보면 조선기자재가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제조업 부문 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2.6% 감소한 45.4를 나타냈다. 산업생산지수는 2010년 생산실적을 100으로 잡아 비교하는 것으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조선업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며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경제진흥원 관계자는 "전체 산업 생산지수는 기준치인 100에 근접한 99.2를 나타냈고, 자동차 산업은 5.0%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생산지수하락을 조선기자재 업종이 포함된 운송장비 부문이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선기자재 산업의 부진은 호조세로 돌아선 부산 경제 지표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 부산지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2% 증가한 12억9100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5월 취업자 수도 전년동월대비 1.5% 증가한 167만9000명을 달성해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9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넘어선 104.7을 나타냈다.
조선기자재업계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열린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여파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조정 일정이 일부 채권자의 반대로 일정이 꼬이면서 지역 업계의 한숨은 그칠 새가 없다. 부산조선해양기자재공업조합 최병국 전무는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수천억 원 규모의 수주를 이뤄, 기자재업체들도 어떻게든 희망을 갖고 버티려 한다. 문제는 자금이다"며 "최근 하락세로 돌아선 국제 유가 추이는 조선기자재업체들에 중장기적으로 더 큰 악재"라고 밝혔다.
지역 조선기자재업계는 최근 대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이뤄진 수주 물량이 내년 상반기부터 업계에 풀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녹산공단의 A사 관계자는 "그나마 절반으로 줄어든 직원들과 함께 어떻게든 올여름만 버텨보자는 다짐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부산경제진흥원 박재운 경제동향분석센터장은 "경기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조선기자재업종이 회복되지 않으면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회복 여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조선기자재업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