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러시아의 국영선사로부터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중형급 '친환경 유조선' 4척의 수주를 따냈다. 19일 외신 보도와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러시아 국영선사 소브콤플로트(Sovcomflot)가 발주한 LNG 연료추진 아이스 클래스 아프라막스급(11만4천DWT) 유조선 4척을 수주했다.
전체 계약 규모는 2억 달러(약 2천34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일반적인 아프라막스급(중형) 탱커의 시가는 척당 4천300만~4천400만 달러 정도이며, LNG 연료 선박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이 1천만~1천100만 달러이므로 척당 5천300만~5천500만 달러로 계약했을 것으로 보인다.
선박은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하며, 2018년 3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 차례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는 옵션도 포함돼 있어 향후 추가 수주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 유조선들은 글로벌 오일 메이저 셸(Shell)사에 용선돼 러시아에서 생산된 원유를 운송하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이번에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선박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LNG 연료추진 아프라막스급 유조선'(the world's first LNG-fuelled aframax tanker)이라는 의미가 있다.
소브콤플로트는 셸사와 공동으로 연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LNG 연료추진 유조선의 개발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건조하는 LNG 연료추진 아프라막스급 유조선은 일반 유조선에 비해 비싼 초기 투자비용에도 불구하고, LNG 연료 전환을 통해서 선박의 장기 운영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소브콤플로트는 기대하고 있다.
소브콤플로트 관계자는 "우리 고객들은 물론 항만 관계자들과 정부 기관들도 이번 저배출 친환경 선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제해사기구의 해양환경규제 강화에 따라 LNG 연료추진선 발주가 증가하는 가운데 LNG 연료로 가는 유조선을 최초로 짓게 된 것인 만큼, 이 유조선이 성공한다면 향후 이런 선종의 발주가 확 늘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수주는 현대중공업이 러시아 조선소와 합자회사를 설립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러시아 국영 극동조선소(FESRC)와 상선 설계·프로젝트 관리 등 선박 건조를 지원하는 합자회사 설립을 추진해왔다.
러시아는 조선소 현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선진 기술력이 필요해 현대중공업이 유조선을 수주하는 조건으로 합자회사 설립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현대중공업은 극동조선소 산하 즈베즈다 조선소의 선박 건조를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즈베즈다 조선소는 과거 냉전 시기에 러시아 핵잠수함을 수리하던 조선소다.
이번 합의를 통해 현대중공업은 러시아의 자국 조선소 건조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고, 러시아는 중형 유조선 부문에서 설계와 건조 기술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상호 '윈윈(win-win)'이라는 평가도 있다.